2022/07 31

생일 초 이야기

작년 이야기다. 내 생일 때 있었던 에피소드다. 초가 너무 많다. 블루베리와 초콜릿이 장식된 케이크에 내 나이만큼의 초를 꽂으려다 화들짝 놀라고 만다. 이 초를 다 꽂으면 케이크가 벌집이 될 게 분명했다. 서둘러 기다란 여섯 개의 초만 손에 들고 나머지는 봉투에 고이 넣어두었다. 여섯 개만 꽂아도 많다. 엄마 여섯 살이야? 아들 말에 웃고 만다. 가느다란 색색의 초를 꽂고는 재빨리 불을 붙였다. 다음엔 숫자로 만들어진 초를 사 오겠단다. 케이크 위의 촛불, 캠프파이어라니, 낭만적이지 못하다. 올해면 더 많이 꽂을 텐데 웃고 만다. 내일이면 내 생일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31

팔라우에서 보낸 추억

어느 해 여름, 남편과 막내아들, 이렇게 셋이서 팔라우로 여행을 갔다. 나머지 큰 아들, 둘째 아들은 방학 때도 학교 수업이 있어 함께 하지 못했다. 팔라우에서는 호텔에서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음식으로 고생한 것은 없었다. 해산물이 푸짐해서 한 가지씩만 먹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시 가 보고 싶은 여행지다. 함께했던 순간순간이 이젠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날들로 지나갔다. 아, 여름을 싫어하지만, 팔라우의 해변은 햇볕의 작렬이 더 할수록 신났다. 막내의 짓궂은 모습에 우리 부부는 항상 즐거웠고, 지금도 하와이 보다 팔라우를 더 기억함은 아마도 그 여름 더위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30

영국 출장 갔을 때,

처음에 가을 땐, 아래 사진의 모습이었다. 1990년 겨울, 혼자 영국행 출장을 갔다. 히드로 공항에 내리니 새벽 5시, 현지 동료 데이빗이 데리러 나왔다. 공항에서 호텔로 데려다 주곤 오전 출근 시간에 다시 픽업 온다고 돌아갔다. 무척 친절했지만, 그의 까다로움이 살짝 보였다.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주면 어쩔까 고민하다, 면세점에서 산 술을 한 병 줬다. 반색을 하며 안 받으려고 했지만, 그 집에 두고 나왔다. 저녁 식사를 하고 데이빗 집에 잠시 들려 차 한 잔하고 나왔다. 10시 출근 5시 퇴근인 영국 출장에서는 여유가 있어 좋았다.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 데이빗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29

출판사에서 교정.교열 보며

대학 이후 외국인 회사만 20년 다니다 이직했다. 출판사를 거의 십 년 넘게 다녔다. 처음에는 마케팅, 기획으로 입사했으나, 점차 일거리가 나에게로 들어왔다. 교정을 보며 재미있어하고 제법 잘 찾아내니 주어진 일에 더하기가 된 셈이다. 재미도 있었고, 결과도 좋았다. 여느 출판사와 차이가 있었던 것은 일반 도서도 출판했지만, 대한민국 미술 대전 도록을 출간함에 색을 감리하러 인쇄소에 정기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색 감리는 도판에 것과 실제 인쇄되었을 때 차이는 극명하게 다르기에 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숙련공의 일이기도 했다. 난 다행스럽게 그림 공부를 했던 적이 있어 반감 없이 덤벼들었다. 색 감리와 교정을 같이 봐야 했기에 이중고를 치렀다. 지금은 종이책의 인기가 없어지고 있어 다니던 출판사도 폐..

카테고리 없음 2022.07.28

여름이면 역시 열무김치국수다.

요즘은 김치찌개보다 냉면 같은 찬 음식이 당긴다. 잘 익은 열무김치에 국수를 말아 보려고 김치 냉장고 문을 열었다. 음식도 계절을 타는 것 같다. 여름김치 재료는 열무와 얼갈이, 오이가 제격이다. 냉장고 속 신김치 통을 열어보니 새콤하지만 그렇다고 얕은 신맛은 아니며 양념과 잘 어우러져 발효가 잘된 열무김치가 있다. 물론 내가 만든 김치다. 엄마 물김치도 있지만, 열무김치가 국수에는 더 잘 어울린다. 엄마표 물김치는 내가 만든 것보다 따라갈 수 없는 간극의 맛을 낸다. 매년 여름이 되면 열무김치 국수로 군것질을 하게 된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27

여름은 싫지만, 과일 채소는 좋다.

여름이다. 며칠 비가 내린 후, 아직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한 편이긴하지만 한낮에 나가보면 조금만 걸어도 등줄기를 타고 땀방울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름이 왔다는 신호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계절 중에 여름을 가장 싫어한다. 봄. 가을을 좋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울에는 따뜻한 옷으로 껴 입으면 그만이지만, 여름에는 몸매에 자신도 없고 사회적 시선도 있어 헐벗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식재료는 또 다르다. 여름의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 훨씬 더 많은 수분과 영양분을 머금은 식재료들은 여름에 맛있는 것들이 엄청 많다. 달달한 수박, 스펀지 같은 가지, 시원한 수분 가득 머금은 오이, 열매는 물론, 살짝 데친 뒤 쌈 싸 먹는 호박잎 등 여름을 줄길 수 있는 식재료들이 참 많다. 특히 블루베리와 ..

카테고리 없음 2022.07.26

89년 문교부 공문의 ‘전교조 교사 식별법’

89년 문교부 공문의 ‘전교조 교사 식별법’ 1.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2.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3.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4. 신문반, 민속반 등의 특활반을 이끄는 교사 5.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6.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 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7. 탈춤, 민요, 노래, 연극을 가르치는 교사. 8. 생활한복을 입고 풍물패를 조직하는 교사. 9. 직원회의에서 원리 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다. 세상도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24

샤넬 콤팩트 선물 받다.

큰 시누이가 선물을 줬다. 집에 가면 화장품을 재어놓고 쓴다. 붙박이 장 한 편에 화장품 가게처럼 쌓아두고 오는 사람들 선물도 주며 사용한단다. 역시 의대 교수 집이라 살림이 여유롭다. 잘 살지만, 오빠한테도 그 여유를 가끔씩 공유한다. 나에게도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가히나 콤팩트를 여러 번에 걸쳐 선물했다. 용돈도 물론 적당히 주고 있다. 시어머니 모시며 사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라고 할까. 여하튼 콤팩트 그동안 코로나로 마스크 쓰며 사용 안 해서 편했는데(?), 요즘은 행사가 많아 가끔씩 화장을 한다. 준비된 시누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