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보테로의 <거리 ,2000>
위의 그림은 콜롬비아 태생으로 남미의 피카소로 불리는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난도 보테로(1932~ )가 그린
<거리 (2000)>이다.
보테르가 묘사한 인물들을 보면 오등신의 신체,
딱 벌어진 어깨와 달덩이 같은 얼굴 사이에 목은 찾아보기
조차 힘들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우람하고 건장한 것은 마찬가지다.
무표정과 무감동의 얼굴에다 공허하게 응시하는 눈은
보테로가 그려내는 인물의 특징이다.
이 그림 <거리(204x177cm)>는 평소 보테로 특유의 유머감각과는
조금 다른, 전체적으로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노랑, 파랑, 분홍, 주황을 통해 남미 마을을 표현했는데,
사람들은 과장된 원근법 속 숨막히는 길에 강제로 구겨 넣어진 듯하다.
사람들의 표정도 어둡고 파랑 드레스의 백인 여자는
손잡은 흑인 아이에게 관심조차 없다.
갈색 양복의 남자는 서두르며 반대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초록색 옷을 입은 맨 왼쪽 여자의 눈동자는
누군가를 감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의 눈동자가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고
소통이 단절된 모습으로 보이는
이 작품은 서로의 감시와 견제가 심한 독재정권
시절이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반면에 라틴 미술을 상징하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의
집들이 소통이 단절된 인간 군상과 묘한 발란스를 이루고 있다.
<12세의 모나리자>, <춤추는 사람들>에서 보듯,
보테로를 유명하게 만든 패러디 테마는 고전의 엄숙함과
진지함을 웃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형태와 색감으로 표현되는 정물과
라틴의 일상에서 제시되는 메시지들을 변함없이
다루고 있어 주변의 찬탄을 자아내고 있다.
雨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