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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바흐 씨,

1with 2021. 6. 2. 01:00

다음 이미지 발췌 

 

 

커피를 마시다 바라본 창 너머 두 개의 풍경이 낯설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봄과 겨울이 마주 본다.

키 큰 나무들이 수근군수군 헐벗은 손을 들고 있다.

저 나무들 이름이 뭐더라.

 

공중에 뜬 가시처럼 놀란 듯 새하얗게 서 있는 나무들,

 

바흐는 1685년 3월 21일에 태어나 1750년 7월 28일에 

세상을 떠났다.

 

봄에 태어나 여름에 별이 되었다.

그의 별 주소는 소행성 1814번이다.

 

어린 시절 내게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음반을 선물한

남자 어른이 있었다.

파블로 카잘스의 모노 녹음이었는데 준 사람 이름을 잊었다.

 

그것도 엄마 집에서 장을 정리하다 발견했는데

얼굴도 성도 기억나지 않는다.

왜 이런 선물을 했을까?

기억나지 않는 사람도 있는가.

 

바흐가 빛나던 순간이 영화 <페드라>에 있었다.

젊은 계모와 사랑에 빠진 전처 아들이 아버지에게

들켜 죽어라 얻어 맞고 홧김에 가속 운전을 하다

절벽에 떨어져 죽는다는 내용이다.

 

그 아들 역을 맡은 앤서니 홉킨스가 운전 중 독백을

하며 듣던 음악이 바흐의 <Toccate And Fuga in Major>다.

그가 해안의 절벽을 달리며 큰 소리로 절규한다.

 

여긴 왜 왔지요?

아이들이나 돌볼 일이지 난 적어도 볼 일이 있어요.

아버지를 죽이려 했거든요.

 

이 장면에서 기분이 미묘했는데

그리스 비극의 아름다움을 생각한 게 아니라

바흐의 자식이 대체 몇 명이었기에 애 보라는

소리를 들을까 싶었다.

 

바흐으 자식은 스무 명이다.

첫 아내와 13년간의 결혼생활에 7명,

둘째 아내에게서 13명을 낳았다.

 

자식은 많이 낳는 게 아니다.

음악도 1000여 곡을 남겼다.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미친 듯이 일한 결과다.

 

성실한 바흐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