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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월의 마지막 날을 기억하기 위해서
1with
2021. 6. 4. 01:00
다음 이미지 발췌
다음에 만날 땐 광화문 어디쯤 빵집에서나 만나리.
소보로빵과 단팥빵과 슈크림빵을 산처럼 쌓아놓고
당신은 오렌지 주스 마시고, 난 따뜻한 우유 마시리.
나는 국제극장에서 본 <사막의 라이온>을 이야기하고,
당신은 삼성 라이온즈의 부실한 수비에 대해서 이야기 하리.
등나무 꽃도 이야기하리.
국사당에서 들려오는 징소리, 꽹과리 소리, 장구 소리.
칼 부딪치는 소리도 이야기 하리.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하인리히 하이네와
쇼스타코비치와 이소룡도 이야기 하리.
그러면 난 웃다 웃다 슈크림을 코끝에 묻힌 채
부끄러워하고, 당신은 우쭐거리며 행복해 하리.
그러다 마침내 품속에서 꺼내 나의 손에 건네주는 편지.
손끝은 창백해지고 얼굴은 붉어지리.
오 월이 가기 전에 이승의 오 월이 다 가기 전에
우리 다시 만나리.
광화문 어디쯤 빵집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스럽게
<햇빛처럼 꽃보라처럼 또는 기도처럼 > 만나리.
조낸조낸(매우매우) 그리운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