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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작자 미상,
1with
2021. 7. 3. 01:00
다음 이미지 발췌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에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알려준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입 속에 준비한 다섯 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어쩔 줄 모르고
물 속으로 텀벙 뛰어드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들밀어 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 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 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 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다...
-아버지의 등을 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