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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중했던가, 이성복

1with 2021. 8. 14. 01:00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분 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뿐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