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벌레를 죽이고
번질번질한 너의 등이 불길해서
유난히 빠른 민첩함이 불쾌해서
두리번 거리는 꼬락서니가 기분 나빠서
아악~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너를 때려잡는다.
겁먹은 너는 바퀴의 신
엄청난 포텐셜 에너지로 도망간다.
내 숨겨진 야성도 불같이 일어나
날강도 쫓는 강력계 형사
들판에서 사슴 쫓는 표범도 눈엔 총기가 번쩍 온통 충만한 살기
살려고 악착같은 너보다
죽음의 사자인 내가 어찌나 우월한지
너보다 수백 수 천배 큰 몸집에서
뿜어 나오는 나의 괴력을 보아라.
슬리퍼를 던지고
동네 맛집 전단지 책으로 너를 후려치자
너는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늘을 보고 뒤집어져 소리 없는 함성
바퀴 살려~ 벌레 만세~
가늘게 발모가지를 떨며 죽어갔다.
참 개 같아라 벌레 인생
생명을 때려죽이고도 미안하지도 않고
눈곱만큼도 애도를 안 하다니
네가 그토록 흉측한 것이냐
인간인 내가 이토록 잔인한 것이냐
죽은 몸뚱이 치우는 것도 꺼림칙해 멍하니
서 있었다.
어쩌다가 바퀴벌레로 태어난 나와
나도 모르게 인간으로 태어난 내가 오늘 만나
죽이고 죽임을 당했구나
이 넓디넓은 세상 이 속절없는 세상에
너도 살고 나도 살 수는 없는 걸까
왜 죽여야 했는지
고개를 쳐드는 질문에 난 단호한 이유를 생각한다
왜 너는 그리 징그럽게 생겨야 했는지에 대해
네 눈에 보이는 인간이 어쩜 거대하고 흉측한 괴물인데
맞다 그래 우리 인간은 참 가지가지 많은 것을
죽이며 살아가는 괴물이다.
수많은 치킨집에선 오늘도 닭을 죽여 달고 짠 양념치킨을
만들고 소 돼지를 죽여 지글지글 굽고 삶고
벌레는 징그럽게 생겨서 죽이고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온통 죽이는 것 투성이구나.
벌레야 내게 죽임을 당한 바퀴벌레야
다음 생이 있다면 지구 아닌 다른 별로 가거라
죄다 때려잡는 나 같은 인간이 없는 별,
너의 긴 더듬이와 등딱지가 행운의 징조로
여겨지는 곳 각자 무엇으로 살아가든 죽고 죽이지 않고
생명이라서 존중받는 별
너를 패 죽일 맛집 전단지가 없는 곳
아무리 멀어도 그런 별에서 태어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