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글쓰기
다음 이미지 발췌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깨끗하고 투명한 날씨다.
나는 이런 날이 너무 좋다.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이 약간 차가운 이런 날, 파마하러 집을 나선다.
한참을 걸어 여성회관으로 간다.
문득,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2)의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를 생각한다.
산티아고 노인은 작은 낚시 배로 매일 바다로 나가지만 거의 백일 동안이나 허탕이다.
그러던 어느 날, 1500 파운드(680kg)나 되는 청새치가 노인의 낚시에 걸렸다.
노인은 사흘 밤낮을 괴어와 싸운 끝에 마침내 그놈을 잡아 작은 배에 비끄러매고 항구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중 상어 떼를 만나 사투를 벌인다.
결국 청새기 살코기는 한 점도 없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청새기 뼈만 싣고 항구로
돌아온 노인은 자기 움막으로 돌아가 깊은 잠에 빠진다.
나는 이 소설에 대한 수많은 견해 가운데,
"이 소설은 雖死不敗 且死不避 (수사불패 차사불피:삶에서 죽을 수는 있다 그러나 삶에서 패할 수는 없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피하지는 않겠다) 하는 헤밍웨이의 삶에 대한 아포리즘(신조. 원리. 진리 등을 간결하게
압축적인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이다"라는 견해에 동의한다.
또 하나,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 스타일 문체를 확립한 소설이다.
이런 의미에서 윌리엄 포크너(1897~1962)가
"헤밍웨이는 독자가 사전을 찾아보아야 알 수 있는 단어는 결코 사용하지 않는 작가"하고 하였다.
즉, 쉬운 단어-관계사 없는 단문, 형용사와 부사는 될 수 있는 한 자제하고,
명사와 동사 중심의 긍정문, 냉정하고 객관적인 간결 문체, 나머지는 독자들이 상상하도록 맡기는 문장을 썼다는 말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문장은 시대의 유행을 따르는 법 없이,
대리석에 새겨 넣은 것처럼 언제나 견고하였다고 한다.
당나라 한유는 좋은 글이란 風耳不餘一言 約而不失一辭 (풍이불여일언 약이부실일사:
풍부하나 한 마디 덧붙일 소리 없고, 간략하나 한 글자도 모자라지 않는 글)이라 하였다.
知止止止(지지지지:그쳐야 할 때를 알아, 그쳐야 할 때 그칠 것),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 분명히 알고 돌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