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금의 출판사, 레베카 조라크
골드, 레베카 조라크, 마이클 W. 필립스 주니어 지음, 임상훈 옮김.
인류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은 귀금속 금(金)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녹슬지 않고 색이 변하지 않는 금의 순수성과 완전성,
세공이 용이한 금의 뛰어난 연성 등을 주목한다.
욕망의 대상으로 몸에 두르는 금, 종교에서의 금, 화폐로서의 금, 과학 측면에서의 금,
예술 재료로서의 금, 신화와 현실 속에서의 금 등으로 나눠 살펴본다.
새터. 288쪽. 1만 5천 원. 2018.10.17
왜 하필 금인가?
하나의 금속에 불과한 금이 인간에게 그토록 지속적인 인기가 있는 어떤 본질적인 이유가 있을까?
왜 우리는 금을 얻기 위해 그렇게 멀리까지 가고, 그렇게 많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가?
하나의 원소로서 금은 특징적인 원자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 원자번호 79이다.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동위원소도 하나의 안정된 동위원소로
79개의 양성자, 79개의 전자, 118개의 중성자를 가지고 있다.
원소의 주기율표상에서 금은 전이 원소로 분류되는데, 상징은 AU이다.
금이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금 원자 사이에 결합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결합은 잘 풀어지지 않아 다른 원소들과 반응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금은 변색되지 않는다.
금이 노랗게 보이는 이유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관련이 있다.
상대성이 없다면 금은 은처럼 보일 수 있다.
빛은 나지만 무색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금은 은에 비해 자신의 전자들을 좀 더 강하게 끌어당긴다.
은은 핵에 47개의 양성자만 가지고 있지만 금은 79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 파장에서 빛을 흡수해야 하는 전자는 속도가 왜곡된 관계로
스펙트럼의 가장 푸른 쪽 끝에서 빛을 흡수하고,
스펙트럼의 나머지 빛은 반사해 버린다.
이 반사된 빛들이 모여 금의 노란색을 만들어 낸다.
색이 약간씩 다른 것은 다른 금속이 첨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란색 광채는 순금의 특징이며, 보석상들은 이를 ‘24캐럿 골드’라고 부른다.
금이 다른 금속들과 결합될 때, 결과적으로 만들어지는 금속에서
금 무게의 비율을 ‘캐럿’이라는 단위를 사용해 나타내는데,
1캐럿은 전체의 1/24이다. 따라서 18캐럿 금은 18/24이니까
금이 전체의 3/4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캐럿이나 그와 유사한 말들이 유럽에 들어온 것은 아랍어 캐럿(QIRA'AT)을 통해서였다.
이 아랍어는 그리스의 케라티온(KERATION)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케라티온은 캐롭 나무의 씨앗을 가리키던 말로,
이 씨앗은 무게가 일정했기 때문에 무게 단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 중 그 어떤 것도 왜 하필 금인가? 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금이 예쁘고 반짝인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금이 금속으로서 가지고 있는 성질이 금이 장식으로
사용되는 이유를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해줄 수도 있다.
금하면 떠오르는 순수성과 완전성이라는 연상은 아마도 금이 녹슬지 않고
변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따라서 타락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공예의 관점에서 보자면 금이 가진 연성(軟性)은 오래전부터 소중한 특성이었다.
금을 두들겨 1/282,000인치의 얇기로 만들 수 있고,
잡아 늘여서 가는 실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도 지적했던 바대로 바로 이 연성 때문에
금은 도구로 사용되기에는 지나치게 무르다.
심지어 화폐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다른 금속들과 결합시켜
충분히 단단한 합금을 만든 다음에야 비로소 쓸 만했다.
아무런 용도도 없었지만 가치를 담보하고 있던 금은 오랜 역사에 걸쳐
물질세계를 넘어선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적어도 금에 미쳐 있는 사람들에겐 그렇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