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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 현장에서
1with
2019. 2. 14. 01:00
전도를 하러 교회 앞 광장에 초등부 선생님과 함께 나갔다.
어느 남학생이 벤치에 앉아 여유 있어 보이길래 슬며시 말을 걸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질문은?
살바도르 달리, 아세요? 하면서 명함을 준다.
달리는 자서전부터 쓰고 인생을 살았다.
보통은 인생부터 살고, 나중에 자서전을 쓴다.
달리는 거꾸로 한 것이다.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을...
요즘은 학생들 사이에서 명함 만드는 것도 유행인 모양이다.
회사 이름 적고, 대표 누구라 적어 다닌다.
그 학생들 얼굴을 보면 삶의 환희와 기쁨으로 터질 듯했다.
그의 기운이 너무 생기발랄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나의 비관성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 곁으로 우리 초등부 선생님이 다가왔길래 남학생을 소개했다.
남학생은 얼른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고는,
붙임성 있게 명함을 오히려 내밀었다.
선생님이 전도지를 주려다 멈칫, 명함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니까
남학생은 헤헤, 하고 웃고는 살바도르 달리의 이야기를
또 한 번 늘어놓았다.
그러자 선생님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남학생은 뻔뻔스럽게도 의자로 옮겨 앉아서 자신이 회사 대표가 되면
어떻게 할 거라는 둥, 늘어놓는다.
그리곤 노트에 뭔가를 적는다.
우린 그 남학생을 포기하고 또 다른 사람들을 향해 광장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