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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만난 날

1with 2019. 3. 1. 01:00





버스를 타고 앉아, 단조로운 흔들림에 몸을 맡긴다.

곧 선잠이 든다.

엄마 만나러 가는 순간인데도, 멀쩡한 심신은 피로하면 잠이 든다.

잠에서 깨니, 어느새 정류장에 도착할 즈음이다.

고주망태가 되어도 자기 집은 귀신같이 찾아오는 게 인간의

귀소본능이라고 하더니,

누가 깨워준 것도 아닌데, 저절로 눈을 뜨고 가방을 챙겨 일어난다.


엄마를 만나 모녀지간 서로 쓰담 쓰담한다.

엄마와 나는 너무 비슷하다.

비슷해서 잘 통한다.

비슷하게 말 수도 많지 않고, 비슷하게 웃음보 터지고,

비슷하게 눈물짓는다.

언제나 만날 때면, 이것이 마지막 시간인지 모르는데.

엄마는 이제 연세도 있지만 걷는 것을 힘들어하신다.

곰살맞게 구는 딸내미가 엄마는 좋으신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내 엄마 생각을 했다.

감정도 닳아빠지고, 머리털도 닳아빠진, 늙어가는 한 여자.

한 때 부유했지만, 이젠 두 분이 사는 모양새가 편치는 않다.

흔들리고 가냘프지만 요지부동인 불빛, 거리의 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