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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에 초대받아 가다.

1with 2019. 3. 3. 01:00



   



친구네 집에 초대받아 갔다.


꽃을 좋아하는 친구라 꽃을 한 아름 안고, 케이크를 사 가지고 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고무장갑을 낀 친구가 대문을 열어주었다.

마당에는 호스가 기절한 방울뱀처럼 널브러져 있고,

반질반질하게 씻어놓은 커다란 장독이 보였다.

스테인리스 양동이에는 오이가 잔뜩 쌓여있었다.

<욕심도 많지?>

놀라는 내 얼굴에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친구의 지시에 따라, 오이에 굵은소금을 뿌려 스펀지로 문지른 다음

깨끗하게 씻어 체에 밭쳐두었다.

그동안 친구는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가지고 나와,

불 위에 큼지막한 냄비를 올린 다음,

소금과 식초를 붓고 끓였다.

오이의 물기가 완전히 마르고 소금물이 어느 정도 졸여질 때까지

식사 준비를 하기로 했다.

주방은 구식이지만 너른 편이고,

편리하고 깨끗했다.


싱크대 찬장마다 각종 유리 항아리가 빼곡히 놓여있었다.

매실 절임, 유자차, 인삼주, 딸기잼, 말린 고추 등이었다.


<와, 예쁘다. 우리 교회 카페에 진열하면 예쁠 것 같다.> <그래?>

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친구는 찹쌀에 불린 팥을 섞어 내가 좋아한다고 팥밥을 지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고 계란 프라이뿐이기에, 그걸 만들었다며 솜씨 좋기로

소문난 친구는 너스레를 떨었다.

친구는 냉동 대구 살로 전을 부쳤다.

불고기에, 코다리찜까지, 오징어 순대, 마지막으로 오징어 젓갈과 김치를 꺼내 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나는 고맙게 먹겠다고 인사하고, 기도하고 먹었다.

오징어 젓갈이 남다르게 맛있었다.


친구는 친정엄마께 배웠단다.

마른오징어를 물에 불렸다가 고춧가루 양념을 칼칼하게 해서 담는단다.

먹을 때 파하고 양파 다진 것을 넣으면 더 맛깔스럽다고 곁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