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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 마님을 만나다.

1with 2019. 4. 17. 01:00



서울 중앙고등학교  다음 이미지 발췌



안국역을 나온다.

현대 사옥에 앞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선다.

계동이다.

조선시대 계동에는 제생원이 있어 제생동이라 했다.

제생원은 태조 이성계가 세운 국호 의료기관이다.

빈민이나 행려자들을 치료하거나 미아를 보호하는 등의 역할을 했다.

후에 계생동으로 바뀌었고 다시 계동으로 불리게 되었다.

계수나무가 많아 그리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초입에는 낡은 한옥이 간간이 눈에 띈다.

액세서리를 파는 자그마한 상점도 있지만 주로 음식점들이다.

골목으로 스며들면 제법 유명세를 타는 맛집도 적잖다.


계동길에는 봉산 아트센터나 디아 갤러리 같은 문화 공간도 있다.

한옥 안에 자리한 갤러리다.

기존의 갤러리에 대한 고루한 선입견을 무너뜨린다.

한옥이 주는 공간의 묘미를 제대로 활용했다.


계동의 정가은 또 있다.

한옥의 정취가 어린 길이기도 하지만 소박한 골목의 향수가 어린 길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 걷노라면 추억이 샘솟는다.

예스런 방앗간이나 골목을 가로지르는 아이들의 함성은 1970~80년대의

어느 골목길 풍경이다.

낡은 경운기처럼 툴툴대는 방앗간 기계의 몸짓에 한참이나 넋을 잃는다.


카페 커피 한 잔도 그 느낌을 더한다.

계동 골목의 한가운데 자리해 있다.

눈에 확 띄는 듯도 하고 그저 골목길의 분위기에 녹아든 듯도 하다.


계동 입구에서 출발해 길의 끝까지 올라가면 중앙고등학교에 다다른다.

중앙고등학교는 본관과 동관, 서관이 모두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20세기 건축양식으로 잘 드러낸다.

그 전경이 아름답다.

건물뿐이 아니라 3.1 운동 책원지나 6.10 만세운동 기념비도 눈길을 끈다.


고등학교 시절 사생대회가 있어 중앙고등학교에 갔던 적이 있다.

물론 상을 받고 기분 좋은 추억의 장소다.

또한 만해 한용운의 거처인 유심사도 지척이다.

인촌기념관을 지나 우측 한옥 골목의 한 어귀에 자리해 있다.


중앙고등학교는 이제 드라마<겨울연가>의 성지로 기억한다.

일본 관광객들이 꼭 들러 간다.

학교 앞에는 여전히 한류의 열풍이 넘친다.

배용준, 이병헌, 송승헌 등 한류 스타들의 브로마이드가 걸렸다.

마치 늪과 같다. 천천히 빠져들다 보면 그 고유한 풍취에 흠뻑 취한다.

평범 속에 비범이 숨어 있다 했던가.

계동이 바로 그러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