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미지 발췌
그녀는 방실방실 웃으며 춤을 추는 듯 기쁜 손짓으로 내 손을 잡는다.
그럴 때의 기분 좋은 얼굴은 귀엽기까지 해서
적어도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다.
<마침 잘 만났네. 나 막 끝나고 가려던 참인데... 하지만 좋아.
같이 있어 주다가 갈게.>
그녀의 말투에서도 밉살스러운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고급 주택지에서나 사용할 법한 부드러운 표준어 영향 아래
자라온 사실이 은연중에 드러났다.
나는 10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에 둘 뿐인데도 그녀는 누가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추어 말한다.
나란히 서면 내 어깨까지밖에 안 오는 작은 키에 얼굴도 몸통도 다리도
동글동글하니 공 모양으로 빚은 듯한 몸매였다.
내 친구 중 키가 가장 적은 친구다.
그러나 착하고 어여쁜 친구다.
긴 생머리에 스튜어디스처럼 머리카락을 말아 망에 싸 넣곤
머리핀 하나를 꼽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