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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커피 흐름도,

서툴고 겁 없고 초록물이 흥건하던 시절에는 커피가 내 삶에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쓴 맛이 도드라진 커피를 왜 마시는지 이해가 안 갔다. 직장 생활을 35년간 하면서도 믹스만 즐겼다. 때론 율무차를 마시곤 했다. 고소하고 달달해서 커피보다 부드러운 풍미로 좋았다. 간혹 식후 근무에 지장이 있을까 봐 믹스 커피를 마시곤 했다. 회사 층마다 밴딩 머신이 있어 그것을 마시기도 했다. 은퇴 후, 남편과 함께 교회 카페에서 어설픈 바리스타가 되어 교역자들과 성도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다 돌연 남편이 학원 등록하며 자격증을 등급별로 계속 따더니 학원 바리스타 강사와 로스팅까지 배워 본격적인 직업 전선에 나섰다. 그 덕에 난 집에서 로스팅한 신선한 커피와 간간이 블루베리 라테를 마시게 되었다. 지인들과 친구들로부터 부러..

카테고리 없음 2022.08.06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중앙일보 조인스와 다음 블로그를 20여 년 블로깅하면서 수많은 친구가 생겼지요. 가끔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곤 하는 친구도 생기고요. 좋은 메시지, 좋은 정보 교류하며 힐링했습니다. 짧은 식견과 소견으로 많은 분들의 큰 사랑받았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번창하시길 바라며, 감사함을 전하고 떠납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2.08.06

서울대공원 조경

서울에서 남태령 고개만 넘으면 거기부터 공기가 다르다. 관악산과 청계산 사이의 분지가 있고 청계산 북서쪽 자락이다. 움푹한 지형에 위치한 서울대공원, 피곤했지만, 정신은 맑았다. 공기와 녹음이 도심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정조대왕 수원 행차 시에 큰 나무들이 잘 보존된 부림원에서 묶어 갔던 곳이기도 하다. 330만 평이라는 넓은 서울 대공원에는 놀이 시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큰 호수와 자연 녹지 속, 둘레길, 그리고 동물원 면적이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다. 현대미술관과 캠핑장과 힐링 존 등을 갖춘 곳이다. 즉, 자연 친화적 문화 공간이다. 현대 세계 조경은 메인 건축물 앞을 시원하게 뚫어 시야를 확보하고 좌우대칭으로 조경하는 스타일로 유럽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경사를 들여다보면, 16세기 페..

카테고리 없음 2022.08.05

유선영, 식민지 트라우마

100년 전 조선의 천재였던 춘원 이광수는 양복 차림의 시체적 위장으로 식민지 시민의 열등감이 해결되지 않자 언어적 위장을 했다. 이광수는 상해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영자신문을 사서 광고만 훑어보고는 영자지를 주머니 밖으로 반쯤 나오게 찔러 넣는다. 모던 걸, 모던 보이는 양복을 입고 영어책을 들고 다니는 것이 당시의 첨단 패션이었기 때문이다. 모던 여학생에게는 외국어 중에서도 프랑스어를 섞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할 정도였다. 외국어는 조선인에게 근대인이 되는 표지였다. 외국어는 실제 외국인과의 소통이나 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미개한(?) 조선인과의 분리를 위한 도구라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영자신문을 주머니에 꽂고 영어책을 보이게 들고 다니고 외국어를 조금 섞어서 말을 하는 게 ..

카테고리 없음 2022.08.04

참외 냉국

냉국, 국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름을 날 수 있게 해주는 국물요리다. 아삭아삭한 오이냉국부터 쫄깃한 가지냉국, 해장까지 한 번에 되는 콩나물냉국 등 차갑게 먹을 수 있는 모든 재료들이 냉국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오이와 비슷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참외로 냉국을 만들었다. 오이는 채 썰고, 방울토마토는 씻은 후 반으로 잘랐다. 참외는 씨를 제거하고, 도톰하게 잘랐는데 이때 참외 씨를 버리지 않는다. 넣으면 향긋하고 자연스러운 맛까지 난다. 냉국엔 소금, 간장 약간, 설탕, 식초를 분리해 둔 참외씨를 넣고 믹서에 갈았다. 이 국물을 체에 걸러내면 끝이다. 오이, 참외, 방울토마토는 모두 다른 식감을 가지고 있어서 맛있게 즐길 수 있고 참외씨를 갈아 넣은 국물 덕분에 참외의 향을 온전히 충분..

카테고리 없음 2022.08.02

영국에서 펌하다.

6개월 출장으로 영국에 가기 전에 미용실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단발머리 펌을 했다. 그런데 펌이 점점 풀리고 머리가 길어지기 시작하면서 영국에서의 6개월이 다 지나가고 있었다. 영국인 동료가 다니는 미용실을 선택했다. 영국 여성들은 펌을 잘하질 않는다. 정말 비싼 요금을 내고 나오니, 그저 생머리로 있을 걸 했다. 펌도 마음에 들질 않았다.

카테고리 없음 2022.08.01

생일 초 이야기

작년 이야기다. 내 생일 때 있었던 에피소드다. 초가 너무 많다. 블루베리와 초콜릿이 장식된 케이크에 내 나이만큼의 초를 꽂으려다 화들짝 놀라고 만다. 이 초를 다 꽂으면 케이크가 벌집이 될 게 분명했다. 서둘러 기다란 여섯 개의 초만 손에 들고 나머지는 봉투에 고이 넣어두었다. 여섯 개만 꽂아도 많다. 엄마 여섯 살이야? 아들 말에 웃고 만다. 가느다란 색색의 초를 꽂고는 재빨리 불을 붙였다. 다음엔 숫자로 만들어진 초를 사 오겠단다. 케이크 위의 촛불, 캠프파이어라니, 낭만적이지 못하다. 올해면 더 많이 꽂을 텐데 웃고 만다. 내일이면 내 생일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31

팔라우에서 보낸 추억

어느 해 여름, 남편과 막내아들, 이렇게 셋이서 팔라우로 여행을 갔다. 나머지 큰 아들, 둘째 아들은 방학 때도 학교 수업이 있어 함께 하지 못했다. 팔라우에서는 호텔에서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음식으로 고생한 것은 없었다. 해산물이 푸짐해서 한 가지씩만 먹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시 가 보고 싶은 여행지다. 함께했던 순간순간이 이젠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날들로 지나갔다. 아, 여름을 싫어하지만, 팔라우의 해변은 햇볕의 작렬이 더 할수록 신났다. 막내의 짓궂은 모습에 우리 부부는 항상 즐거웠고, 지금도 하와이 보다 팔라우를 더 기억함은 아마도 그 여름 더위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30

영국 출장 갔을 때,

처음에 가을 땐, 아래 사진의 모습이었다. 1990년 겨울, 혼자 영국행 출장을 갔다. 히드로 공항에 내리니 새벽 5시, 현지 동료 데이빗이 데리러 나왔다. 공항에서 호텔로 데려다 주곤 오전 출근 시간에 다시 픽업 온다고 돌아갔다. 무척 친절했지만, 그의 까다로움이 살짝 보였다.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주면 어쩔까 고민하다, 면세점에서 산 술을 한 병 줬다. 반색을 하며 안 받으려고 했지만, 그 집에 두고 나왔다. 저녁 식사를 하고 데이빗 집에 잠시 들려 차 한 잔하고 나왔다. 10시 출근 5시 퇴근인 영국 출장에서는 여유가 있어 좋았다.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 데이빗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