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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할 일

어떤 이유로든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은 하는 게 좋다. 시간이 걸려도, 품이 들어도 그러하다. 혼자 할 수 없으면 도움을 청해서라도... 서두르지 말고 손을 써서 직접 할 것이 원칙이다. 병이 온 후 나의 일 모드가 그러하다. 매일의 즐거움을 한 접시의 맛과 몇 그루의 나무의 담벼락에 내려앉은 햇볕과 함께 할 것...담벼락이나 벤치에 앉아 햇볕 쪼이기다. 그래서 이번 주말의 할 일은 부추 겉절이와 부추전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16

오 월의 추억

친구와 헤어진 후 차를 기다리다가 건물 입구에서 눈에 들어온 지난 오 월의 붉은 장미가 흐드러진 어느 집 담장 옆을 남은 친구와 나란히 걷다가 누군가가 비틀거렸는데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말, 그것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잖아. 바람에 라일락 잎들이 흔들리던 것도, 비 오던 날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한쪽 어깨를 적시던 것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통만두를 사이에 두고 웃던 것도 다 기억하고 있다고... 오늘의 생수 한 잔과 친구의 가느다란 손가락도 오래오래 기억할 거라고...

카테고리 없음 2022.07.11

초여름의 텃밭 풍경

고추가 상에 오르고, 양상추 잎이 동그랗게 모이고 상추가 매일 상에 오른다. 첫 물 오른 부추로 담근 부추김치가 어제 바닥을 보였고, 오이소박이는 벌써 두 통을 담가 먹었다. 명이로 만든 장아찌는 귀한 반찬이라 다른 집에 선물도 못줬다. 장아찌 통이 비면 곰취로 채워야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쪽파, 양파, 깻잎 등이 선물로 들어왔다. 완두와 라즈베리에 꽃이 피고 앵두가 다글다글하다. 튤립이 지고 장미는 한창이더니 이젠 색도 허옇게 변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토마토 떨어진 자리에서 토마토 싹이 나왔는데, 그 당연함이 몹시 새삼스럽다. 텃밭이 제일이다. 그런데 손에서 나는 고수 냄새는 언제 사라질까?

카테고리 없음 2022.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