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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월의 어느 날, 일기

걸어서 돌아오는 길이 좋다. 복잡한 길을 걷는 것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달리는 자동차들과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지나치는 걸 겁내지 않고 걸을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저녁이 오면 더 좋다. 그러나 난 이런 시간을 자주 못 가진다. 저녁 준비로 집엔 5시 이전엔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엔 사람들을 자세히 볼 수 없어 더 좋다. 걷는 이들은 뭔가에 쫓기듯이 점점 더 빨리 나를 지나친다. 다가온 순간 벌써 저만큼 멀어져 있다. 그런 시간에는 아무도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아니 내가 그곳에서 무얼 하는지도 전혀 모른다. 서둘러 집에 돌아가는 이들은 사랑스럽다. 그 순간에 일종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걸 보면서 행복하다. 어둠이 내리는 거리를 혼자서 걸으며 노래를 불러도..

카테고리 없음 2022.07.08

한 번 더 견뎌내기

남극의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올 무렵이면 펭귄들은 남극 대륙 중에서도 당연히 영하 70도를 넘나드는 가장 추운 내륙으로 이동한다.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펭귄들은 짝짓기 후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은 날개로 덮어 따뜻하게 해 주어 부화시킨다. 수컷이 알을 품는 사이, 알을 낳느라 지친 암컷은 수컷에게 알을 맡긴 후 영양 보충을 하고 새끼에게 먹일 먹이를 구하러 다시 해안가로 떠난다. 수컷 펭귄은 최소한 두 달은 음식을 먹지도 않은 채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 시속 40km의 강풍을 견디며 알을 품는다. 우리 인간의 인내력은 매우 약하다. 고통이나 좌절을 겪거나 실패하거나 절망할 때 붙잡는 것은 무엇인가? 무슨 일을 하든지 쉽게 포기하지 말고 한번 더 견디는 게 중요한 이유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06

순두부 찌개로 파스타 만들기

남편이 순두부찌개를 좋아한다. 얼큰 칼칼하고 뜨끈뜨끈한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꿀조합 파스타이다. 얼큰한 파스타 재료(1인분) 파스타면 120g 순두부 1/3 팩 양파 1/4 개 대파 크게 한 줌 물 360ml 간 돼지고기 60~70g 고춧가루 1 큰술 파스타 토마토소스 4 큰술 간장 2 큰술 설탕 1/3 큰술 소금 1/3 큰술 청양고추 2 개 마늘 2 알 참기름 3 큰술 또는 고추기름 3 큰술 1. 이번엔 찌개가 아니라 파스타로 먹을 것이라 양파와 대파를 다지지 않고 길게 채 써는 정도로 썰어줍니다. 냄비에 참기름과 고추기름을 넣고 다진 고기, 대파, 양파를 넣고 중불에서 고르게 잘 볶아준다. 2. 대파, 양파, 고기가 한데 어우러져 충분히 볶아지고 고기의 기름기만 남도록 볶아주는데 대략 중불에서 4분..

카테고리 없음 2022.07.03

알 감자 조림

재료 알감자 1kg 물엿 200ml 물 200ml 양조간장 5 큰술 크러쉬드 페이퍼 한 큰 술 다진 마늘 반 큰 술 대파 2 큰술 (큰 술은 밥숟가락 기준) 알감자 조림은 껍질째 먹는 거라 세척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다시 한번 찬물에 씻어 내어 알감자의 아린 맛을 제거한다. 알감자는 자라다만 작은 감자로 아린 맛이 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한번 초벌 삶기를 하면 아린 맛이 나지 않는다. ​ 아린 맛을 제거한 알감자는 웍에 넣어 주고 물엿 한 컵 계량컵 기준 200ml 넣어 뚜껑을 닫고 중 약불에 20분간 조림을 한다. 물엿의 단맛으로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 감자에서 수분이 나와 타지 않는다. 20분간 물엿만 넣고 조림한 거라 이미 알감자는 익은 상태이지만 쪼글쪼글하게 알감자는 조려야 하니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02

유능한 친구,

베이케이션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해서 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유가 폭등, 코로나 이후 여행 수요 급증 등으로 휴가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졌다고 한다. 특히 항공료는 말 그대로 자고 나면 오른다. 친구가 다음 달에 떠나는 시칠리아행 항공권을 석 달 전에 예매했단다. 왕복 75만 원이었다. 지금 검색해 보니 같은 비행기가 472만 원이 되었다. 여섯 배 올랐다. 뜻하지 않게 유능한 남편이 되었다고 자랑했다.

카테고리 없음 2022.07.01

빗물이 요란하게 소리 내며 홈통을 따라 내려간다. 여기저기 부딪치며 우당탕탕 서두르는 모양새가 보일 것만 같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확인한 시간은 채 세 시가 안 되었다. 빗소리 들으며 잠을 더 잘까 일어날까 뭐하지 뒤척이다 어제 읽고만 영친왕 전기집을 마저 읽기로, 아님 며칠 째 끄적이던 글을 마무리하기로... 그러다 한창인 수국들이 빗물로 머리가 무겁겠다고, 피기 시작한 수국이 운이 없다고 이런저런 요량들이 빗물처럼 춤을 춘다. 문뜩 어제 먹다 남은 수박 큐브가 생각나서 이 새벽에 글라스 팩을 꺼내 든다. 한두 점 먹겠거니 생각했지만, 작은 통 하나를 삭 비우곤 포크를 내려놓았다. 새벽 식성이 이렇게 좋다니, 놀랍다. 불 켜진 후 시간을 보니, 6시를 가리킨다. 이제 아침밥 할 시간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