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돌아오는 길이 좋다. 복잡한 길을 걷는 것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달리는 자동차들과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지나치는 걸 겁내지 않고 걸을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저녁이 오면 더 좋다. 그러나 난 이런 시간을 자주 못 가진다. 저녁 준비로 집엔 5시 이전엔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엔 사람들을 자세히 볼 수 없어 더 좋다. 걷는 이들은 뭔가에 쫓기듯이 점점 더 빨리 나를 지나친다. 다가온 순간 벌써 저만큼 멀어져 있다. 그런 시간에는 아무도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아니 내가 그곳에서 무얼 하는지도 전혀 모른다. 서둘러 집에 돌아가는 이들은 사랑스럽다. 그 순간에 일종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걸 보면서 행복하다. 어둠이 내리는 거리를 혼자서 걸으며 노래를 불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