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헤어진 후 차를 기다리다가
건물 입구에서 눈에 들어온 지난 오 월의
붉은 장미가 흐드러진 어느 집 담장 옆을
남은 친구와 나란히 걷다가 누군가가 비틀거렸는데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말,
<취했어?> 그것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잖아.
바람에 라일락 잎들이 흔들리던 것도,
비 오던 날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한쪽 어깨를
적시던 것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통만두를 사이에 두고
웃던 것도 다 기억하고 있다고...
오늘의 생수 한 잔과 친구의 가느다란 손가락도
오래오래 기억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