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미지 발췌
나는 이 카페, 식당을 좋아했다.
창문 하나 없이, 밝은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조명이
수상쩍은 풍정을 풍기는 듯 벽 모서리와 천장으로부터 희미하게
비쳐 나왔다.
불그스레한 반원형 천장은 마치 뭔가 거대한 물고기의 내장 속에
숨어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벽에 걸린 동그란 금색 시계를 보아도 오전인지 오후인지
짐작할 수 없고, 각양각색의 꽃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들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조화일 뿐,
1년 내내 온도가 일정한 이 안에서는 계절조차 느낄 수 없었다.
셀프서비스로 음식을 담아오자, 안면이 있는 작가며
화가들이 말을 건넸다.
멍하니 벽에 걸린 텔레비전을 보면서 혀에 감기는 뜨거운 커피를 음미하고,
한바탕 글자들과 씨름하고 난 후의 피로에 젖어있는...
나는 이런 시간을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