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직장 다닐 때 친하게 지내던 언니 한 분이 있다.
그녀의 남성 편력은 보기보다 화려했다.
남편과 사별 후 그녀의 남성 편력은 대학 때와 매 한 가지였다.
<그 사람은 나의 마지막 남자가 될 거야.
성실 그 자체야.>
언니가 성실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할 때,
문득 나는 그녀의 등 뒤로 죽 늘어선 끝도 없는 불모의 과거,
결실을 맺지 못하고 끝나버린 정사의 행렬을 슬쩍 엿본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에 놀란 듯한 둥근 통 방울눈,
작은 코와 동그스름한 입술, 거기에는 짙은 립스틱을 칠해져 있었지만,
그다지 솜씨 있게 바르지 못해서 마치 어린 소녀가 장난인 양 비뚜름하니 밀려 나와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어찌 보면 울상을 짓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팔이 훤히 드러나는 새빨간 원피스에 값있어 보이는 소지품,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잘 나가는 도서관 사서지만,
내 눈에는 늘 한물간 매춘부 아니면 서툴기 그지없는 마술사처럼 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언니는 언제나 큰 가슴을 가리느라 구부정하게 어깨를 움츠리고 다녔던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