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서먹서먹한 대도시의 짙은 분장,
빨강과 보랏빛으로 빛나는 글자,
부유하는 일루미네이트 애드벌룬,
명멸하는 네온이 갖는 충만함이 조금씩 내 몸 안에서
맥박 치기 시작하고,
그것은 넓은 바다를 표류하는 뿌리 없는 해초류와 같은 나를 끝없는
고혹의 바다 밑 암흑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파도처럼 일렁이다 밤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어두운 압력을 지닌 무시무시한 대도시의 신음,
장폐색처럼 사람과 차량이 가득 들어찬 혼잡한 도로.
둘째 아들은 그런 곳, 작은 원룸을 빌려 들어갔다.
어미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아들에게 이것저것 챙겨줘도
접다는 이유로 다 내려놓고 가는 아들,
그래 직장이 분당이니 어쩌겠어.
일산 집에서 다니자면 두 시간 반이 훌쩍 넘는 것을,
이젠 회사 부근 가까이에서 지내며 편히 지내렴.
데려다주고 오는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