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빨랫감을 세탁기에 돌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각 유리 꽃병에 한 다발의 백합을 사와
무더기째로 꽂아 놓았다.
진한 향기가 실내를 가득 적시고 있었다.
꽃을 사 오면 무조건 무더기로 꽂았다.
오히려 꽃꽂이한다고 밑동을 자르면 실패할 확률이 높기에
그저 꽂아 놓는다.
남편은 백합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향기를 맡고 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편안한 자기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배를 깔고
엎드린 남편의 모습을 보곤 배시시 웃었더니 한마디 한다.
<왜? 먹을 것 찾는 강아지 같아?>
난 남편의 등에 올라타 옆구리를 간지럽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반응이 곧바로 왔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몸부림을 쳤다.
남편은 유독 간지러움을 많이 탄다.
지금도 그렇다.
직접 올라타고 하는 격렬한 운동은 못하지만,
행복이 작은 것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