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선글라스를 낀 남편이 외국 영화에 나올 법한
배우처럼 멋있다고 느꼈다.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는 것 같지만 패션 감각이 있었다.
조금은 야윈 듯하면서도 조각 같이 뚜렷하고 하얀 얼굴이
야성적이면서도 예술가적인 냄새를 물씬 풍겼다.
그런 모습을 볼 때는 내 가슴이 뛰었다.
가을이지만 어디선가 아카시아의 달콤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실려 오고 있었다.
한적한 물가에는 개구리울음소리와 풀벌레의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 적막했다.
풀꽃처럼 여린 남편이다.
남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아주 조심스럽게.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