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팔순 넘은 엄마는 종일 집안일로 하루를 지낸다.
엄마는 사는 게 다 그러려니 하신다.
환한 봄 끝무렵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 멀기만 하다.
깊게 파인 손금에 거칠어진 손등에 눈물이 난다.
시간과 역사가 깃든 그 길을 많은 이들이 걷고 있다.
순례를 떠나는 순례자의 마음처럼 우리도 걷는다.
우리 나름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걷는다.
이제는 그저 걷기 그 자체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자기 마음의 개척, 자기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때다.
무엇이 이 아름다운 길을 걷게 하는가?
엄마,
수식어가 필요 없는 엄마와의 데이트다.
이 길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걷기 시작하면 육체적 고통과
외로음, 정신적 피로, 여행의 불편함 속에서
그 이전에 가졌던 신념이나 다짐이 허사가 되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