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맞아.
일제히 환해지는 때가 있어.
사방을 둘러봐. 지천이 환하잖아.
삼월 열이레 달밤이 환하고 그 아래 아직 지지 않은 벚꽃이
그대 얼굴만큼 환하잖아.
목련은 어디서 왔는지 벚꽃은 어디서 왔는지 중요하지 않아.
지상의 모든 꽃이 어디서 왔는지보다 지금 어떻게 환해졌는가가 중요한 이야기지.
모르는 곳을 헤매다 왔을 뿐이지만 한 계절의 지금 여기에 이 땅에 피어 절정을 이루잖아.
마치 전생에 약속하지 않은 그대와 내가 다시 만나 이 봄의 거리를 환하게 하듯 일제히 왔을 뿐이지.
그러니 그대, 아직 우리가 꽃이 되지 못했다 하여 앞일을 모른다 하지 말기를.
저 연결되는 어떤 손이 꽃그늘 아래 우리를 가로등 되도록 할 수도 있는 일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