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나라의 연대기를 보면,
서기 115년경에 로마 제국의 것으로 보이는 배 한 척이
풍랑을 만나 며칠간 표류한 끝에 중국 해안에 닿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곡예사와
마술사들이었다.
그들은 뭍에 닿자마자 그 미지의 나라 주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그리하여 중국인들은 코쟁이 이방인들이 불을 뱉어내고
괴상망측하게 사지를 비틀고 개구리를 뱀으로 바꾸고
형형색색의 공을 돌리는 광경을 넋 잃고 보게 되었다.
어떤 이방인들은 얼굴에 분을 덕지덕지 바른 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물구나무를 선 채 돌아다니는 자들도 있었다.
서역에서는 인간들이 저렇게 사는구나.
하고 중국인들은 생각했다.
그 일을 계기로 아시아인들은 서역엔 광대와 불 먹는 자들이
살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서양인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을
기회를 갖게 된 것은 그 후로 수백 년이 지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