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에서 만큼은 나는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가 보는 나가 아니라 어떤 신비한 힘에 의해 만들어져
자연이라는 거대한 그물망 안에 던져져 미지의 빈자리를 채우는 온전한 나 말이다.
양버즘나무 위에서 처음으로 자아실현의 의미를 생각하기도 했다.
아마 어린 시절 우리 집 주위에 내가 올라갈 만한 이렇게 큰 나무가 없었다면
내 삶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조안 말루프, 「 나무를 안아보았나요 」
느티나무는 내 포옹이 기분 좋을까, 나쁠까
궁금했다.
느티나무를 안아보았다.
굵기가 딱 내 품만큼이고 키가 컸다.
내가 입은 연한 색의 비싼 코트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약간 신경 쓰였다.
나무를 안는 사람에 대해 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나무에 완전히 기대지 못하는 동안
나무는 가만히 있어주었다.
이내 눈을 감고 그냥 느티나무랑 나랑 둘만 있는 것처럼 안아보았다.
나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느티나무는 내 포옹이 기분 좋을까, 나쁠까 궁금했다.
안기에 적당한 크기로 그곳에 있어주어 고마웠다.
마치 날 위해 그곳에 있어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