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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난지이

1with 2021. 9. 16. 01:00

 

 

댁(宅)들에 동난지이 사시오.

저잣거리에서 한 상인이 외친다.

여보시오 이 동난지이 사가시오.

 

어떤 사람이 묻는다.

동난지이가 뭐요?

 

하,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외골내육이요. 밖은 뼈요 안은 고기,

두 눈은 하늘로 솟고 전행 후행 소다리가 8족이요.

대다리가 2족이라 청장(맑은 장)에 담아 삭혀 아드득 

깨물어 먹는 이 동난젓 사오.

 

이 말을 자세히 듣고 있던 사람이 말한다.

 

장사야, 하 거북하게 그리 외치지 말고 그냥 게젓이라 하렴아.

 

이 풍자 시는 조선시대의 사설시조다.

게젓장사 하는 사람이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을

익살맞게 꼬집은 풍자 시로 저잣거리 문학의 백미라

할 것이다.

 

오늘 아침에 반성한다.

내가 쓰는 말들이 혹은 주제넘게 현학적이지 않았나.

그냥 쉬운 말로 풀어쓸 수 있는데

멋을 부리지 않았나?

 

생각이 간명하면 말이 순후 해지는데

어지러운 문투로 나열하진 않았나?

 

앞으로는 동난지이가 아니라

그냥 게젓이나 방게젓 사시오라고

소박하게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