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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오빠의 일흔살의 잔소리,

1with 2021. 11. 5. 01:00

               좌로부터 새언니, 성재, 사촌오빠, <막내 성재 결혼식에서>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상대를 이해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반대로 질문을 던져본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우리는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러나 자녀에 대한 사랑은 다르다.

 

오빠는 딸 두 명이 외국(프랑스, 일본)으로 시집가서 평소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긴 말이 필요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 낸 것이다.

 

<딸아, 처음부터 너는 너였단다.
누구의 딸, 아내, 며느리, 엄마가 아닌 네 이름으로 살아가기를...>

어느 책의 이야기처럼 이 마음 고스란히 적혀있다.

 

워낙 양반을 외치던 외할아버지 덕에 오빤 자라면서도

엇나간(?) 일탈은 꿈꾸지 못했단다.

 

그 모든 집안 대소사를 책임지시던 외할머니,

별난 성격의 외할아버지께 맞춰 살아가신 일생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난 외갓집을 자주 가 보진 못 했지만 몇 번 가 본 것을 가지고 퍼즐을 맞춰 봤다.

 

옛 조상의 업적도 소개한 오빠가 한 권의 책을 발간하기 위해

많은 발걸음을 팔았겠구나 싶다.

 

인생은 미로 같아서 우리는 가끔, 길을 헤매기도 하고 목적지를 잃기도 한다.
그런 수수께끼 같은 곳에서 한 번에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 생각하거나 무작정 걷거나,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책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하나씩 있는 인생 미로에서 자신의 길을 찾게 되는 날이 분명 올 테니까.

스스로를 더욱 알뜰살뜰하게 가꾸는 습관의 시작이다.
가끔 알 수 없이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조용히 청소를 시작한다.

겉으로 봤을 때는 멀쩡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군더더기들을

꽁꽁 숨겨두고 모른 척하기 바빴던 날들을 떠올린다.

 

오빠인 임영목 작가는 이를 <무의미해 보이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유의미한 생각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고 표현한다.

머릿속을 맴도는 고민들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이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는 시간들이 이 책 속에 빼곡하다.

확장된 취향의 의미를 통해 삶의 지향점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나>를 발견하는 일,
<이걸 취향이라고 말해도 되나?>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무슨 취향이야.>

덕후들이 성공하는 시대에 취미 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어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따라 좋아하고, 뾰족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남이 가진 화려한 취향에 비해 내 취향은 보잘것없어 보였다.

하지만 세상에 초라한 취향은 없었다.

 

내가 가진 취향을 초라하게 바라보는 <나> 자신만 있을 뿐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주변에게 이해받으려 애쓸 필요도 없었다.

그저 사람마다 적절한 취향의 온도가 달랐다.

어쩌면 우리는 취향마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고 있었던 것 아닐까.

희미한 취향이라도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안에서 발견한 삶의 태도는 무엇인지 섬세하게 풀어낸 책이다.

 

생활이 안정되자 오빠는 새언니와 사교댄스도 하고, 운동도 하는 여유로움이

잘 엮어져 있다.

 

다 읽고 돌아서면 오빠가 그린 세계가 자꾸 마음을 붙잡는다.

글은 내 어설픈 마음의 영토를 넓혀주는 깃발이다.

사랑의 입자들을 타고 낯선 세계를 떠도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외갓집 이야기를 들려준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불만족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짜인 루트대로 살아오던 과거를 지나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의 모양을 찾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잘 편집된 글들의

잔치라 예전 직업병(출판사 편집장)이 도져졌다. 

일반인의 책치곤 훌륭했다.

 

이 책을 통해 일과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저자는

뼈아픈 시행착오와 과감한 도전을 겪으며 쌓은 경험을 가감 없이 자녀들과 나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새언니와 오빠가 중매로 만나 살면서 하는 연애도 참 예쁘다.

서툴러서 예쁘고, 다정해서 예쁘고, 지질해서 예쁜 우리 시대의 연애담이

책 속에 빼놓을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한다.

아직 출구를 찾지 못했더라도 그 자체를 모험으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
늦은 때란 없고 내 인생은 언제나 변함없이 내가 아름다운 시간이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자녀들에게 지나친 잔소리보다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준다면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보다 그것을 어떻게 드러내는가가 중요하다.

그 표현 방식을 통해 흔한 주제가 새롭고 감동적인 게 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도 있다. 

 

진솔하게 쓴 글이 뛰어난 문장력을 가진 글만큼 감동적이다.

 

항상 선택 앞에 흔들리는 보통의 우리들을 위해 쓴 책이다.

나도 내 아이들을 위한 책 출간을 꿈꾸는 편집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