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 대로 그곳은 아름다운 도시였어요.
특히 그곳의 노을이요.
당신과 함께 헤맨 낯선 시간이 제게는 어느 날 문득 그리워질
한 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어느 집 담벼락을 지날 땐 기타 소리에 목소리를 얹어
당신과의 추억을 선물하기도 했지요.
당신은 이내 콧노래로 따라 불렀죠.
주홍빛 물결이 알록달록 지붕들과 엉켜
신비한 조화를 이루면 해는 더 밝게,
그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그곳의 노을은 여태껏 본 노을 중 가장 아름다운 빛이었을까?
가장 큰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저 아름다움을 가지고 원피스를 맞추면 좋겠다 했더니
당신은 '여자란 참!'으로 응했죠.
시간이 지나 주홍빛이던 해는 점점 붉어져 어느새 새빨간 그림자를
하늘과 지붕들의 커튼처럼 늘어뜨렸죠.
그리곤 이내 신호등처럼 새빨간 원이 되어 저 산너머를 떠 다니다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 선 것처럼,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잠시 모든 것을 그만두죠.
빨간 해가 저 산 너머로 꼴깍 넘어가는 순간,
세상은 다시 어둠 속에서 바쁘게 돌아갑니다.
각자의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저마다의 길로 나아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