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지향적인 인간인 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집 빼곤 혼자 밥을 먹은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재는 친구도 없나?>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대학 때부터 사회생활, 직장 다니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얼른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찾고,
친해지려고 노력했었다.
점심시간 전에 <밥 같이 먹자>라고 먼저 제안하는 편이었다.
점심시간에 회사 카페테리아를 혼자 가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밥 생각 없는 날에도 상대에 맞춰
뭔가를 먹곤 했다.
이 모든 것은 도시락을 싸면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같이 점심 먹으러 내려갈래?>라는 말에
<도시락 싸 왔어요.>라며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도시락은 안정을 찾아줬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자꾸만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이
늘어남에 이젠 집에서 혼밥도 곧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