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겁 없이 벌을 잡으려다가
벌에 쏘인 적이 있다.
옆집 아주머니께서 물로 씻기고 연고를
발라 주셨다.
바늘을 가지고 놀다가 바늘을 발로 밟아 깊숙하게
박힌 적이 있다.
옆집 할머니께서 우는 내 목소리를 듣고 오셔서
바늘을 빼주셨다.
친구 녀석이랑 옥상을 타고 넘다가 추락한 적이 있는데,
내 울음소리에 동네 아저씨가 전부 뛰어나와
나를 건져 주셨다.
사진관 고등학생 형은 어린 나를 업고
동시 상영 극장에서 <마루치 아라치>와 <은하철도 999>를
보여주었다. 더 보고 싶다는 내 투정에 그 형은 무려 6시간을
강제로 앉아 있어야 했다.
우리 아버지는 주말에 동네 아이들을 전부
<어린이 대공원>에 데리고 가서 놀아주고
당시에는 귀한 통닭도 사 주셨다.
앞집 부잣집 신일이는 가난한 우리 집에서
밥 먹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는 그 녀석의 밥을 꼭 챙겨주셨다.
내가 자란 80년대 골목길 이웃들풍경이다.
그 시절 골목길 이웃들은 그렇게 서로의
아이들을 보살폈다.
공동체성이 메말라 가고 있는 이때
그 시절 골목길이 더욱 생각난다.
혼자 큰 것 같아도 우리는 이렇게 같이 컸고
함께 보호받았다.
가난했어도 따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