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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다방구가 그리운 계절, 김대호

1with 2022. 5. 14. 01:00

다음 이미지 발췌

 

 

어렸을 적 겁 없이 벌을 잡으려다가

벌에 쏘인 적이 있다.

옆집 아주머니께서 물로 씻기고 연고를

발라 주셨다.

 

바늘을 가지고 놀다가 바늘을 발로 밟아 깊숙하게

박힌 적이 있다.

옆집 할머니께서 우는 내 목소리를 듣고 오셔서

바늘을 빼주셨다.

 

친구 녀석이랑 옥상을 타고 넘다가 추락한 적이 있는데,

내 울음소리에 동네 아저씨가 전부 뛰어나와

나를 건져 주셨다.

 

사진관 고등학생 형은 어린 나를 업고

동시 상영 극장에서 <마루치 아라치>와 <은하철도 999>를

보여주었다. 더 보고 싶다는 내 투정에 그 형은 무려 6시간을 

강제로 앉아 있어야 했다.

 

우리 아버지는 주말에 동네 아이들을 전부

<어린이 대공원>에 데리고 가서 놀아주고

당시에는 귀한 통닭도 사 주셨다.

 

앞집 부잣집 신일이는 가난한 우리 집에서

밥 먹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는 그 녀석의 밥을 꼭 챙겨주셨다.

 

내가 자란 80년대 골목길 이웃들풍경이다.

그 시절 골목길 이웃들은 그렇게 서로의

아이들을 보살폈다.

 

공동체성이 메말라 가고 있는 이때

그 시절 골목길이 더욱 생각난다.

혼자 큰 것 같아도 우리는 이렇게 같이 컸고

함께 보호받았다.

가난했어도 따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