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막내가 성장통을 앓고 있는지 감정의 기복이 드러난다.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막내같지 않은 막내인데..
어쩐지 조금 걱정되어 오늘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다.
우리가 성장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남자아이인지라 자존심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하는지 내겐 막내라도 버거운 점이 있다.
세 녀석을 키우지만 각양각색이다.
첫째에게 한 사랑법은 통하지 않는다.
둘째도 나름 눈높이 사랑을 했건만 그건 내 생각일 뿐..
마무리는 언제나 같은 성을 가지고 있는 남편의 몫으로 남긴다.
아이고 힘들어..마음 쓰이는 것만 봐도 여자 애들 다루는 것과 무에 다른지.
섬세함만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고 우격다짐도 안되고 나름 눈높이 한다고 해도 어렵고..
지천명을 넘었건만 아직도 중학생 어린 아들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여하튼 조심스러움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며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게 되는데..
아인 내 행동이 부담스러운지 말 끝을 흐리며 제 방으로 도망간다.
허 참, 따라갈 수도 없고..
아빠의 몫으로 돌리자니 내 자존심도 무너지는 것 같아 도움 요청은 않고 있다.
제 방에 있는 아이에게 문자를 했다.
<아들, 남자는 숨으면 지는거다. 당당하게 엄마와 얘기 해 보자>
잠시 후 아이는 방을 찾아온다.
언제 커버렸는지 내가 안으니 나보다 커버린 막내..
안겨 있는지 내가 안긴건지 모를 우스꽝 스러운 모습이다.
아이는 팔을 늘어뜨린 채 덜렁거리고 있고..
얼른 어린 시절의 막내로 보듬고 안고 얼르고 막내가 탄생하게 된 긴 이유를
설명하고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읊조리며 알아주길 바랬다.
중간고사 성적이 2등 떨어진 것도 억울하고 힘 쌘 친구가 자신의 휴대폰을 망가질 정도로
함부로 가지고 노는 것도 막내는 참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젠 내 현미경을 내려놓고..큰 아들 키울때 무용담(?)을 들려줬다.
시간이 한참 지나 아이는 가족의 소중함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옳은지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았기에 안심을 하게 된다.
우하하하..오늘도 사랑 한 건..
그러나 막내의 감정은 계속 지켜보며 눈치를 살피게 된다.
내가 힘들 때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우리 아이들...
휴...마음을 잠시 내려 놓고 모니터 앞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