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보에 지난날 추억 속의 사진을 붙여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결혼 전 친구에게서 받은 예물을 담는 꽃 문양이
자개로 된 작은 나무 상자 속에 나의 귀중한 것들이 있다.
그 상자를 열면, 닥터지바고의 배경음악인
<라라테마>가 주크박스처럼 흘러나온다.
나에게 너무 소중한 물건이기에 오히려 잘 열어보지 않게된다.
친구가 우리의 젊을 때 사진들을 앨범 속에서 골라 넣어 준 것들이다.
열어 본 지가 언제인가 기억이 없다.
아마도 20년은 흐른 것 같다.
친구와 나의 젊은 날 사진이 여기 다 있다.
대학 때 도서관 앞 잔디밭에 앉아
풍물놀이패의 장단에 맞춰 즐기던 시절도 있고,
안경 끼고 코가 긴 교수님도 계시다.
졸업하고 한 번도 인사 못 드렸다.
친구가 다니던 학교에서 아카라카치를 외치며 응원하던 사진도 있다.
그땐 긴 생머리, 면 티에 청바지만 입어도 되었던 시절,
그 시절이 그립다.
다시는 못 돌아가기에. Back to the past. 없을까?
모두의 생각이겠지만. 잠시만이라도.
사진이 여기 있을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무심도 하지.
추억을 되뇌이는 나이가되니, 뒤돌아보면 서글프기 짝이없다.
물론 지금도 내 인생 한 땀 한 땀 엮어가고 있다.
우연히 뒤돌아보게된 추억,
저 너머로 친구들의 웃음소리며 표정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그러나 외롭거나 그리워만 않는다.
우리에겐 내일이란 멋진 시간의 소용돌아가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