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부터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아들 셋을 가진 것은 아마도 막내 전복 덕인 것 같습니다.
막내를 추억하며 쓴 편지입니다.
막내 태몽이 전복이었죠.
그래서 블로그 상 닉을 '전복'이라 칭합니다.
둘째 형아가 유치원 다닐 때
점심식사 후 동료들과 산보삼아 걷던 중
셋째를 갖고 싶은 욕망
그러다 아빠의 반대를 뒤로하고 막내를 만났다.
1996년 4월 18일 여의도 성모병원에
너처럼 4.2킬로 몸무게 나가는 아기는 없었고
너처럼 눈이 커 얼굴 반이나 차지한 아기도 없었고
너처럼 새까만 곱슬머리칼과 숱 많은 아기도 없었단다.
막내 전복은 우렁차게 그렇게 엄마 곁에 왔어.
악세사리 중 귀걸이를 좋아하던 엄마라 다양하게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전복 넌 수많은 장난감은 삼십 분 넘기면 두 번 다시 찾지않고
엄마의 귀걸이를 장난감 삼아 꼭 한 쪽 귀걸이 하나씩
작은 틈새에 집어 넣곤 손뼉을 치며 재미있어 했지
그 귀걸이들은 짝짝이 시체로 남게 된 것 아니?
요즘은 변성기가 오고 키도 훌쩍 커서 엄마를 능가하지만
그래도 엄마에겐 막내인지라 아기로 느껴진다.
물론 너에게 양해를 구했지.
귀여워서 가끔 아기라 부른다하니
흔쾌히 받아들이는 막내 전복.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왠만한 어른보다 낫다.
가치관이 확실하고 꿈이 살아있는 널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방학 때도 시립도서관 간다며 식사 후 가방 둘러매고 나가는 넌
나중에 후회하기 싫어 공부하다며 엄마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
언젠가 엄마 곁을 떠나 홀로서기 할 때
널 자랑스러워 할거다
혹여나 떨어짐에 서운해 하더라도
지금의 따스함은 간직하는 전복이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