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작고作故한 신문기사를 우연히 접했을 경우,
줄줄이 달린 기사에 희귀병 이야기, 건강 체크 리스트가 뜨고,
증상 중 하나라도 나와 맞는 게 있으면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덜컥한다.
그날로 바로 유기농 식단에 헬스클럽 등록.
어린 시절 가졌던 금싸라기 같은 내 감정,
꿈...
사십 대 여인들을 보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가는지 안타까워 보였는데
그 나이를 훌쩍 넘어 이곳에 있다.
맑고 아름답게 나이가 드는 것,
따뜻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할머니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의 부축 없이 내 힘으로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늘 변함없이 순리에 따라 피고 지는 그 자연에게서 배우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살 수 있을까?
꿈...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한다.
그런 것만 안다면 우여곡절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뼈대 있는 집안의 불량 딸로 살아온 사람도 할머니가 되어 그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인생에 여백이 있어야 하는데 나이 들어 그 여백을 억지로 끼워 넣으려니 불협화음이 생긴다.
인생의 땅거미가 드리워질 무렵,
세상이 가장 적막해지고 홀로 남음에 외로움이 검은 그림자처럼 드러워질 것이다.
이제 비우고, 덜어내고, 내려놓는 일에 위대한 변화를 시작한다.
그리하면 매일 내 삶에 대한 감격이 커지겠지.
내 손만 잘 펴면 삶의 여정이 훨씬 순탄해지겠지.
욕구를 덜어내고 이웃의 짐을 함께 지려고 몸을 낮추면 신기하게 초연함도 찾아오겠지.
우연히 오백 원짜리 동전을 발견하고 횡재한 듯 기뻐할 수 있겠지.
주머니를 뒤지다 발견한 꼬깃꼬깃 천 원에게 <심봤다> 를 외치며 짜릿한 환희도 느끼리라.
그것이 늙어가는 행복 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