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속살 드러내 목련의 야릇함과
물오른 초록이 흥건한 버드나무의 살랑거림,
그리고 바람에 흩뿌려지는 벚꽃과
분홍빛의 알싸한 유혹적 자태를 드러낸 철쭉의 향연.
노란 개나리가 질투하듯 톡톡 나서고 있다.
봄에 흐르는 물은 우아하고 고고한 교향곡을 틀어놓은 듯
반주에 소리 내어 흐르고
봄을 알리는 전령사는 많지만
이번 봄의 전령사들 합동으로 나를 속이는 듯하다.
지난달 잠깐 따스한 기온을 퍼 나르는 통에
웃통을 죄다 벗어던지는 젊은이들을 따라 하다
고뿔을 만난 경험도 있다.
봄은 그렇게 나를 유혹한다.
그 뭐래도 봄의 대명사는 넝쿨장미
장미는 봄의 중앙에 서서 각개전투하듯 피어나다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장미의 검붉음은
거친 마음에 호수를 선물하는 마술사 같다.
담장을 넘어 세상 밖을 구경하는 넝쿨장미에게
손을 잡고 오자면 어느새 거친 숨을 쉬며 호흡이 가빠진다.
몹쓸 녀석 하루 해도 함께 하지 못하며
이렇게 봄은 왈츠로 아찔하게 시작해서
뭉근한 초록의 덩어리 여름에게 자리를 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