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

   
 
투숙한 호텔 방에 다음과 같은 초대 카드가 빈 화병 옆에 놓여 있었다.
<저희 호텔에는 손님을 위하여 꽃밭에 백일초, 데이지, 샐비아, 금어초 등
다양한 꽃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화단도 즐기시고 원하시는 꽃을
골라 방으로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꽃가위나 다른 필요하신 것은 프런트로
연락하십시오.>

창 밖을 내다보니 과연 아름다운 꽃밭이 보였다.
그 초청 카드를 받은 나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생겼다.
그저 꽃밭을 보면서 꽃을 심고 가꿔놓은 정성에 감사할 수도 있고,
아니면 더 나아가 꽃을 한 다발 따다가 방으로 가져와
내 삶의 한 부분을 장식할 수도 있었다.

사랑의 꽃밭에는 우리를 위한 아름다운 선물,
곧 우리가 매일 즐길 수 있는 한 다발의 꽃이 준비되어 있다.
가는 겨울에게도 안녕을 고하고 싶고,
유난히 추웠던 겨울 자락에서 옷깃 여미며 건강하게 함께한 가족들에게
꽃으로 사랑의 메시지도 보내야겠다.
 
봄이 기다려짐은 겨울이 너무 깊었던 까닭일까?
겨울에게 지쳐 코트가 무거워질 즈음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에게
내가 봄 전령사라고 꽃다발 안겨야겠다.
지친 심신을 달래어 어린 시절의 풋풋한 미모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겨우내 곤두박질친 주가의 시샘에 허리가 휜 동료들에게
기다리는 메신저가 되어 작은 꽃 한 송이로 미소를 볼 수 있다면
미소는 이방 저 방으로 전염되어 사무실에 온기가 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