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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발견1

1with 2018. 3. 19. 06:22

영화 "고교얄개(1976)"의 OST

                                                                다음 이미지 발췌


중학시절 따라오는 남학생은 없었다.
등굣길 으례히 삼삼오오 무리 지어 걸어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따라오는 남학생이 있을까 두근거리며 곁눈질하였다.
그러나 언제나 불발이었고 망상으로 끝났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학생이 쭈빗거리며 쪽지를 나에게 건넨다.
외관은 보통인 <高>자 배지가 검정 교복에 두드러지게 띄었다.
어설픈 내 눈에도 빛나는 배지가 고1로 보였다.
그러면 어떠랴, 우선 날 따라온 사람에게 최대한 친절한 미소로 눈을 낮게 내려 깔고 응대하였다.
아, 나에게도 친구들에게 어깨를 펴며 자랑할 날이 온 거야.
주변에 우리 반 친구들이 있지 않나 두리번거리며 못 이기는 척 남학생의 딱지 모양으로 접은 비밀 쪽지를 잡는 순간,
<이것 고등학교 1학년 누구 언니 전해줘요> 란 말이 뒷통수를 강하게 때리고
하늘은 노랗게 보이고 다리는 힘이 빠져 주저 않을 정도로 급실망을 하였다.
 
뒤따라 오던 반 친구가 <너 뭐야? 남학생에게서 쪽지 받았니? 어디 보자> 호들갑이 무리하게 들어왔다.
끙....불발이 이렇게 허무한 것이구나.
그 이후로 난 대학생 빨리되기를 꿈꾸며 착한 여자 친구들과 열심히 어울리며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서서히 여자임을 느끼며 대학 교정에 발을 들여놓으니, 내 옷발일까? 아님 미모일까?
귀찮을 정도로 복학생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들어 등교 기피증을 경험했다.
청바지에 티셔츠에 랜드로바(특정상표가 아님)가 전부였던 시절 긴 생 머리가 멋내기에 최대의 포인트였다.
파마도 않던 그 시절,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교정을 누볐다.
 
시간이 지나며 남성관에 대한 마음도 감성적 기준에서 서서히 이성적 마음으로 옮겨졌다.
나도 속물인가?
친구들과의 경쟁심리일까?
나도 날 잘 모르는 늦된 사람이었다.
맏이의 운명이 세상을 향한 개척자 모습 그대로였다.
쇼핑을 하며 남자 보는 눈이 키가 크고 작음에 눈을 뜨고
당일코스 여행을 하며 남자의 건실함을 알게 되었고
여자 친구들과 수다 속에서 남자들의 속물근성도 배우게 되었다.
술자리를 합석하며 늙은 늑대(복학생), 지휘봉 가진 늑대(2, 3학년), 어린 새끼 늑대(1학년)를 구분하게 되었다.
나와 조건이며 이상이며 가치관을 맞추려니 머리가 빙빙 돈다.
 
어린 중고등학교 때 가졌던 남성상이 오히려 그리울 지경이었다.
과연 이 짧은 연애기간을 통해 내 남자 하나를 구하는데 무리가 없을까?
한 사람과 실패 없이 해로가 가능할까?
점차 나만의 남자 기준을 정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점수를 매기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고뇌를 하며 내 청춘을 짧은 만남이 중첩을 통해 마감이 되었다.
그때 나이 곱하기 둘도 훌쩍 넘은 지금,
아직도 나와 다른 남자를 보면 풀리지 않는 남자 여우 투성이다.
세상은 너무 복잡해.
늑대만 존재하는지 알았는데, 남자 여우도 많더란 내 곡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