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출근길 걱정에 짜증 게이지가 오른다.
그래도 비가 오면 하늘을 보게 된다.
바쁜 도시 생활에서 하늘을 본다는 것은 어쩌다 한 번.
하늘은 회색이 점령했고
예고된 비는 주룩주룩 작은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자연이 주는 변화에 간간이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두리번.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에 묵은 감정과
풀리지 않은 앙금도 씻겨가려나?
조용히 창 밖을 보지만 빗 자락은 소리 없이 제 할 일만 한다.
무심한 빗줄기
그래도 이 비 지나면 상쾌해지려나?
무너지는 지난봄의 가슴
그리고 30년 전의 얼토당토않은 일을 겪은 광주시민들의 차가운 마음을.
아픈 가슴들이 종지부 찍는 그 날까지 하늘은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지치지도 않고 부족한 우리 가슴을 위로차 또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럼 때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으로 갈아 입고 비를 맞이하러 나가겠지.
오늘도 우산으로 회색 하늘을 가려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