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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이의 철학

1with 2018. 3. 26. 05:44

목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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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이란 어떤 것인가?
정우익 씨의 말을 들어보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보다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그러나 삶의 모습에는 귀천이 있다.
사람이란 출세하였는가? 못하였는가? 가 아니라 치사하냐? 떳떳하냐? 가 문제다.
일이란 인맥이다. 인맥 속에서 금맥을 찾아라. 금맥 속에서 인맥을 찾을 수 없다.
 
목수가 말했다. <200년 된 나무는 200년 동안 쓸 수 있도록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나무에게 부끄럽지요.>
 
과자를 만드는 쟁이가 말했다.
<보고 반해서 먹는 걸 잊어버릴 만큼의 그런 과자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휘자가 말했다.
<지휘봉을 고르는데 마음에 드는 걸 만나려면 수십 개의 지휘봉을 휘둘러야 한다.
지휘봉 만든 쟁이와 파장이 딱 맞을 때가 있다. 그런 지휘봉으로 지휘할 때 음악이 살아난다.>
 
전통 공예로 인정받으려면 100% 전통 방법으로 해야 한다.
쟁이의 일에는 진보가 없다.
진보해서는 안된다.
연장도 옛 것으로 해야 한다.
쟁이들은 기계를 안 쓴다. 순전히 손과 재래 연장으로 아날로그 방식으로 일한다.
기계와 연장의 차이가 무엇이냐?
물으면 쟁이들은 나는 쟁이라서 그런 어려운 건 잘 모른다고 한다.
쟁이는 뭐 할 일 없어요? 물으면 안 된다. 쟁이는 아무 소리 없이 제 할 일 찾아서 한다.
쟁이는 제가 한 일로 말하면 된다.
일 이외에 쓸데없이 아양 떨어서도 안 된다.
한데 요즈음 쟁이 중에는 백화점에서 실기 보인답시고 구경거리 노릇하며 아양 떠는 것을 보면 참 가엾다.
 
쟁이 세계의 도제 생활은 비인간적이다. 도제로서 담금질당하는 동안 엄청난 공부를 한다. 
그러나 그 공부의 각자 내공 수위는 각자 몫이다.
어떤 쟁이는 자기가 받은 비인간적 대우를 철폐하고 자기 수하의 도제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였다.
결과는 실패였다. 그의 도제들은 모두 어중간한 얼치기 쟁이가 되었다.
 
쟁이는 명성과 돈을 쫓아가지 않는다.
명성과 돈은 쟁이로 살아가는 동안 그 뒤를 따르는 법이다.
비평에 귀 기울이지 마라. 기울여 봤자 덕 될 것 하나 없다.
요즈음 예술가는 모두 지친 표정이다. 왜 그럴까? 보나 마나 예술가인 체 하니까 그렇다.
 
나는 팔려고 물건 만드는 적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공들여 만든 물건은 순식간에 팔려 나간다.
만들어졌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 있다. 쓰면 쓸수록 아름다워지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은 10년, 절집 같은 것은 1000년이 걸리기도 한다.
나무다리나 마루는 사람이 써야 오래간다. 문화재 건물에 출입금 지하는 것은 잘못이다.
안 쓰면 오히려 느슨해지고 빨리 허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