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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불일치 음식남녀

1with 2018. 4. 15. 07:26







언행불일치 음식남녀言行不一致 飮食男女
이른 아침 기껏 밥상을 차렸더니
남편은 국이 짜다니, 반찬이 없다니 투덜댄다.
그러면서 그릇까지 싹싹 긁어 밥 한 그릇 뚝딱.
<그럼 당신이 만들어봐요!>
톡 쏘아붙이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요즘 맛있는 게 뭐더라?>
이게 아내의 모습이다.
 
결혼 전 시어머님을 처음 상견례하고 고깃집을 갔다.
어머님은 고기 잘 먹냐? 는 말씀에 그때 남자 친구(지금의남편)는 

대뜸<고기 싫어해요.>
아니 내가 싫어하나? 자기가 싫어하면서.
그러더니 정작 자리가 어려워 난 고기 한 점 제대로 먹어보질 못했는데,
남편은 3인분 혼자서 뚝딱 해 치우는 것을 봤다.
말을 못 하면 이쁘기라도 하지.

첫 술부터 미운 짓만 하더니.
아직까지 밥상머리에서 내 편을 안 들어주는 사람에게 때마다 밥상을 차린다.
 
그렇게 까칠하던 입맛이 음식 솜씨 부족한 내 밥상에선 그나마 절제된 수준이다.
나물은 마늘이 너무 많이 들어가 맵다니
소고기 뭇국은 좀 짜다니.

그래도 난 맘대로 주방을 지휘하면서 다닌다.
정성이 곁든 음식이 최고야라고 외친다.
조미료와 소금과 설탕을 거의 배제하고 음식을 조리하니 
시어머님의 조미료 팍팍, 설탕 팍팍 넣은 음식보다는 감칠맛이 떨어질 것이다.
며느리 된 지 삼십 년이 넘다 보니 내 간도 만만찮게 커졌다.
슬쩍 시어머님과 비교도 끼워 넣고 해서, 밥상을 차린 뒤 음식 강해도 한다.
 
좋은 것은 먹지 못하더라도 나쁜 것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내 주장이 통해서 일까?
아님 내 윽박에 모두 기가 죽어서일까?
다들 담겨진 배분된 음식은 남김없이 싹싹 비운다.
설거지통에 담긴 빈 그릇이 내 미소를 짓게 한다.
이 맛에 주방에 서는걸.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다.
내 표 밥상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