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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1with 2018. 4. 20. 05:25




오늘은 하늘도 꾸정꾸정하다.

대기를 채우고 있던 희뿌연 안개는 움켜쥘 수 있을 만큼 짙었고

그 너머로 거리의 네온사인이 등대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퀴퀴한 곰팡이 내 섞인 특유의 먹 향이 방 안 가득 차 있었고

꿈꾸던 미대생의 특권인 양 어지럽게 널린 화구며 잡동사니가 방 주인을 대신해 맞이한다.


과부하가 걸린 컴퓨터처럼 머리가 무뎠다.

지난 사흘간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왼손으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보고,

나한테 화도 내보고 다시 제자리다.


그래도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던 어둠을 뚫고 작은 빛이 조심조심 햇살 속으로 넘어왔다.

인사를 하던 나는 빛을 보고 마취 총에 맞은 듯 굳어 버렸다.

햇빛 속에 드러난 빛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