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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준영씨

1with 2018. 4. 24. 07:58








병마용이 그려진 머그잔에 커피를 따랐다.

구수한 커피 향이 실내로 퍼져 나갔다.


잉크를 뿌린 듯 파란 하늘이 작은 구멍 위에 펼쳐져 있었다.

도시 하늘과는 사뭇 달랐다.


평범한 사람처럼 좋은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싶었다.

맛있는 파스타를 먹으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눈을 감고 상상했다.

화창한 토요일 점심시간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가는 공단의 어느 초밥집 창가에 앉아 있다.

낯선 공간이지만 준영은 편안해 보인다.

따스한 오후 햇살이 하얀 테이블보 위에 데이지 그림자를

수놓고 있다.

나답지 않은 농담을 하자 준영은 웃었다.

맑고 쾌활한 웃음소리에 아늑한 긴장감이 손에 잡힌다.


인내 게이지는 이제 제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먼길을 달려온 게 헛수고였단 말인가.

시계는 5시 십 분 전을 기리키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이 바닥난 것이다.

이제 헤어지면 언제나 만나야 할지를 계산한다.


 실내의 수증기가 만든 이파리가 햇살을 잘게 부숴 차창에 뿌렸다.

하늘은 파랗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