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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전복에게

1with 2018. 4. 30. 08:06



   




막내 어렸을 때 에피소드를 적어본다.



부모가 자식을 잘 키우려면 강단을 가지고 독립심을 키워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구나.
그러나 막내인 넌 아기일 때 부터 남다른 특징을 보여주곤 했지.
혼자서 해 보려는 모습에 우린 지켜보며 대견해하곤 했었다.
 
네가 다섯 살쯤 되어서 일 게다.
샤워를 혼자 하겠다며 우겨서 할 수 없이 욕실에 들여보내고 무슨 일 없을까 초조하게 기다렸어.

샤워를 마치고 나온 너의 모습을 보고 너를 인정하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사용한 수건으로 거울에 맺힌 수증기를 까지 바로 열심히 닦고 나오던 모습이 선하다.
 
욕실을 나오며 젖은 슬리퍼를 벽에 세워 놓길래 엄마가 알면서 물었지.
<슬리퍼를 왜 세워 놓니?>
대뜸 <다음 사람 들어갈 때 발이 젖을까 봐서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그때부터였음을 엄마는 안다.
아직도 그 이야기는 가족들끼리 회자되곤 하지.
너의 커다란 마음이 지금도 달라지지 않음에 어딜 가도 따뜻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아들이다.
 
자식이란 엄마에게 안쓰럽고 항상 온실에서 키우고 싶은 존재란다.
너무나 귀하고 어여뻐서.
아빠는 아들은 강하게 키우시길 주장하지만 엄마 마음은 너희를 생각하면
아빠 말씀은 듣는 시늉뿐이고 너희를 볼 때면 흐물흐물 녹아버리는구나.
때론 야단도 치고 잔소리도 하지만 마음만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단다.
너희에게 직접적으로 사랑을 보여줄 순 없겠지만 엄마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사랑이 많기에 그 사랑을 너희에게 전달하는 것뿐이란다.
그냥 주고 싶은 것이란다.
 
전복.막내아들.
삼 형제 중 넌 엄마에게 있어 아픈 생이 손가락처럼 존재한다.
막내이기에.
젊은 엄마가 아니라서.
 

지난겨울 방학과 봄방학 동안 하루도 곁눈질 없이 네 학업에 열심임을 보면
엄마 마음은 애간장을 녹이게 한다.
엄마가  데이트 신청해도, 용돈을 더 줘도, 엄마 형편을 고려하는 네가 여느 막내 같지 않는구나.
엄마 아빠는 잘 알고 있단다.
네 안에 있는 가능성을..
그 따뜻한 마음과 의지를..
항상 성실하게 준비하는 막내를 보면 가슴 뭉클해지고 콧등이 시큰해진다.
어제도 엄마를 위한 기도로 위로해 준 막내에게 고맙다는 말과 뽀뽀를 전하고 싶구나.
 
비가 처연스럽게 내리네.
이 비가 그치면 우리 막내가 훌쩍 자라겠지?
더 자라기 전에 자주 안아보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