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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보톡스 맞았니?

1with 2018. 5. 14. 06:51




때는 막내 중학생 때 일이다.


주말, 금요일 저녁 때다.
감기가 막바지에 다 달아 나도 내 목소리 찾고 싶어 한 줌 약을 털어 먹고 깊은 잠을 잤다.
금요일 저녁 중학교 1년생인 아들이 뭐라 부탁한 것 같은데
약기운과 주말이 나를 느슨하게 한 모양이다.
기억이 잘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전 시간이 8시를 가리킨다.
보통 때 같으면 주말이라도 7시 전엔 아이들 아침을 챙겼는데 늘어진 잠을 자고 일어났다.
막내는 언제나 식사 후 밝은 음성으로 <잘 먹었습니다> 로 마무리했는데
그 날은 알아듣지 못할 혼잣말과 함께 엉뚱하게 얼굴이 퉁퉁 부었다.
 
왜 그럴까? 의구심이 생겼지만 버릇 나빠질까 봐 시간을 두고 확인하기로 했다.
오후가 되어 감정이 조금 누그러졌겠지 생각에 오전의 감정을 일으켜 세웠다.
막내는 어제 분명히 나에게 부탁했단다.
<영어 과외와 과학 학원 숙제가 있으니 아침 6시에 깨워주세요> 했단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시간은 이미 흘러 학원을 다녀온 이후다.
미안한 마음에 얼굴을 어루만지며 짧은 사과로 마무리하였다.
감기약으로 멍했던 모양이다.
 
막내 성격 중 엄마로서 가끔은 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워낙 예의 바르고 상대방 기분도 헤아리는 친구이며 논리적으로 뭉쳐진 아들이다.
이런 아들이 마냥 어린아이로 볼 수 없다고나 할까?
아마 아들이란 유교적 사상과 자식이란 울타리 때문이라 그런가 보다.
아들 시집살이
이제 시작인가 보다.
 
시어머님이 가끔 나에게 들려주시던 얘기가 생각이 났다.
시아버님 밥상으로 신경 쓰인 적은 없었는데, 아들인 내 남편으로 인해 어머님이 신경 쓰이셨단다.
그 마음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보톡스 맞은 것처럼 나에게 긴장을 준 막내에게 그래도 아들이니 감당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내리사랑이라고 해석해도 될까?
 
곁에 있던 큰아들이 그런 말을 한다.
<엄만 우리(큰아들, 둘째 아들)가 그랬으면 가만히 안 계셨을 거야. 막내라고 귀엽게 봐주신다>

내 특권이라고 웃으며 마무리 하지만 한편 마음이 뜨끔한 것도 사실이다.
어쩌다 보는 막내의 보톡스 모습은 아직 내 눈에 귀엽게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