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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작가의 가르침

1with 2018. 8. 20. 04:05



이외수



10년을 깎아 바쳐라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성공론이다.

한 가지를 정해 10년을 깎아 바치면, 즉 입에서 단내 날 정도로 전력하면,

누구나 상위 10퍼센트에 들 수 있고, 먹고살 걱정에서 놓여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병뚜껑 줍기도 10년을 하면 그 속에 담긴 숱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고,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10년 속에 깃든 고통과 고난과 수고로움을 회피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했다.

아마 그 순간 모인 이들 모두가 자신이 과연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한 가지에 바친 10년이 있었던가 반추했을 것이 분명하고,

혹은 앞으로 그럴 자신이 있는가 어림해보았을 것이 분명하다.

 

찾아온 이들 중 꽤 많은 수가 글을 쓰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이었다.

그들을 포함해 블로깅이 일반화된 세태를 감안해서인지 이외수 작가는 글쓰기의 기본을 일러주었다.

 

1. 많은 어휘를 채집해 두었다가 가장 적확한 어휘를 맞춰 쓰는 훈련을 하라.

(이때 당신의 단어 채집장이 스무 권이 넘었었다는 체험을 곁들였다.)

 

2. 주어, 보어, 목적어, 술어를 기본으로 하는 정치법을 지킨 문장을 써라.

 

3. 한 문장에 수식어는 둘 이하로 최소화하라.

 

4.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분명한 주제를 지녀라.

 

아마, 뭘 좀 써보려고 시도한 사람들 누구나 이 지침에 공감하리라.

 

이어진 질문 시간은 그야말로 치열한 각축장이었다.

글쓰기에 관해, 힘든 삶을 견디는 법에 대해 제각각 무수한 질문을 안고 온 듯,

시간이 흐르는 것도 아랑곳 않고, 밖은 비가 내려 서울 갈 길이 바쁘다는 것도

아랑곳 않고 질문이 쏟아졌다.



감성 충전. 감성조차 온갖 상품 광고에 쓰이는 마케팅 용어로 전락해 버린

가벼운 세상에서 제대로 감성 충전 한 번 하고 온 개운한 기분을 맛보았다.

감성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돌이켜 보니 그 모든 즐거움 뒤에,

계속 서서 이런저런 치다꺼리를 하느라 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못 본

사모의 뒷모습이 아련히 남는다.

아줌마에게만 유독 느껴지는 그런 동지의식일 터다.

비는 계속 내리고. 참 희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