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직장 IBM에 다닐 때다.
회사에서 진급시험이 코 앞에 있었다.
내 친한 친구, 그녀와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
점심시간, 카페테리아에서 나는 미적지근한 라테의 뚜껑을 열고
기름기 많은 베이컨 몇 조각과 소시지,
치즈 범벅인 페이스트리를 접시에 조심스럽게 담았다.
그녀는 팔찌처럼 매고 있던 하얀색 에르메스 스카프를 잡아당겼다.
그녀의 눈이 꼭 내 가슴 사이즈를 검사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통곡의 벽을 떠나는 신심 깊은 유대인처럼 몸을 돌려 오던 길로
다시 걸어갈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내 책상이 있는 공간으로 소리 없이 걸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펜을 입술에 지그시 갖다 댔다.
그녀는 자기가 여우 같다는 생각에 여전히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난 곧 자리에 앉았지만 친구 생각에 잠시 머릿속을 정리한다.
그리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 말을 가장 잘 듣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니 나를 먼저 새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내 눈이 책을 보기 싫어하거든 내 눈이 책을 좋아하는
눈으로 바꾸고, 내 손이 일을 싫어하면
일하기 좋아하는 손으로 바꾸라.
그러면 남들이 먼저 나를 본받을 것이다.>
책 안에 들어있던 이 문구가 나를 다잡는다.
그래서 다시금 공부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진급은 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지금도 가끔 만나면 그 때 일을 소환해서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