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하루 종일 항상 바빴다
그래서 네가 함께 놀자고 부탁한 그 작은 놀이들을
너와 같이 놀아 줄 시간이 없었다
나는 네 옷들을 빨아야 했고
바느질도 해야 했고
밥상도 차려야 했어
네가 그림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했을 때도
나는 언제나 “얘야, 조금 있다가 하자” 고 했다
밤마다 네 이불을 끌어당겨 주고
네 기도를 들은 다음 불을 꺼주었다
그리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나는 언제나 좀 더 네 곁에 있고 싶었단다
그런데 인생이 짧고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가
어리던 너는 너무도 빨리 커버렸어
이제 너는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으며
너의 소중한 비밀도 내게 말하지도 않는구나
그림책들은 책장 어느 구석엔가 치워졌고
이젠 너와 함께 할 놀이도 없다
잘 자라는 입맞춤도 없고
네 기도도 들을 수 없다
그 모든 것들이 세월 속에 묻혀버렸다.
한때 늘 바빴던 내 두 손은
이제 아무 할 일 없이 놀고 있다
하루하루가 너무 길고
시간을 보낼 만한 일도 별로 없다
네가 함께 놀아달라던
그때가 너무 절절하게 그립다
참고 :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열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