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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오른 태백산太白山
태백에 도착하여 一泊. 다음 날 그 해 들어 가장 쾌청快晴, 영하 4도,
그제 영동지방에 내린 눈으로 태백산에 눈이 무척 많이 쌓였다.
고등어조림으로 아침 먹고, 진한 커피 한 잔 마시고, 태백산 종주 정통 코스 당골, 소문수봉,
문수봉(1,517m), 천제단으로 오르는데, 아침 햇살 받고 반짝이는 눈 덮인 산속 기운이
참 청량하고 맑았다.
소문수봉에서 문수봉에 이르는 능선 길은 하얀 눈꽃이 만발하여 마치 매화 숲 같았다.
그리고 눈꽃 숲 위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태초의 허공虛空은 언어도단言語道斷, 말길이 끊어진 자리였다.
올 한 해는 오늘 보여주신 저 파란 태초의 허공虛空 같은 마음으로 살게 하옵소서 기도드렸다.
우리가 오른 길에는 등산객이 거의 없었는데, 하산객 세 사람뿐이었다.
천제단에 이르니 망경사, 유일사 코스로 올라온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장군봉(1,567m)에 이르니 붉은 바, 스웨터 차림의 무속인 여인이 상을 차려 놓고 절을 하며
치성致誠을 드리고 있다.
그 여인을 보는 순간 나는 “아, 저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예전 바로 여기 이 장군봉 제단에서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지극정성으로 절을 올리던 여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오후 3시 30분 유일사로 하산, 산행 거리 : 약 12km, 산행 시간 : 5시간 30분.
당골 앞 음식점에서 파전으로 요기하고, 태백산 아래 사우나에서 몸 씻고, 친구표
다리 마사지를 받았는데 최상승最上乘 수준이었다.
태백산 능선에 핀 매화 숲 같은 눈꽃 숲,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태초허공太初虛空을
내 좋은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운 하루였다.